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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참 치열합니다. 그래서 고단합니다. 하루 하루 삶의 무게를 버텨내고 나면 다른데 눈을 돌릴 여유도 찾기 힘듭니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을 하든 이 땅에서 경제 활동을 한다는건 자본을 가지지 못한 이에게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가진건 한 명분의 노동력밖에 없습니다. 자본에 비해 노동은 언제든 외국인 노동자로,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대체될 수 있는 가치일 뿐입니다.

지금 당장 밤을 새워서라도 주어진 일을 완수해내지 않으면, 건강이 상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기간내에 끝내지 않으면, 밀려날거 같아서 놀아달라는 아이를 떼어놓고 직장으로 갑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에 옆에 있어주지 못합니다. "다음에"라는 지키지못할 약속만 남기고요.

그렇지만 이렇게 충성해도 직장인으로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건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 되거나 (대기업 신입 공채로 입사해 임원이 되는 비율은 0.87%라고 하죠.) 낮은 확률로 정년까지 버틸 수도 있죠.

아예 처음부터 평생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을 얻거나, (로스쿨, 의학대학원으로 바뀌면서 이제 개천에서 용나는건 사라진다고 하죠. 학비를 감당해야 하니까요.)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몇몇 직장에서 일하는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교사, 공기업으로 사람이 몰리는건 이때문이죠. (이마저도 연금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매력이 없어지고 있습니다만...)

이런 길을 가지 못한 절대 다수의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이후엔 자기가 원해서라기보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적성과 상관없이 자영업자가 되고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전쟁터 속에 뛰어듭니다.

웹툰으로 드라마로 화제가 되고 있는 미생은 이런 일반 직장인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용해 보이는 건물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그립니다. 이 치열함은 삶을 꾸려가고 가정을 세우며 이를 책임지기 위해서 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이 목적이 무엇인지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치열하게 사는거 자체가 목적이 되는건 피해야 한다고 봐요.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은데, 나중에 채울 수 있을까요? 사랑한다는 자녀가 아버지를 가장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해요. 놀아달라고 아빠를 찾을 때 아빠는 직장에 있죠. 아이가 저 아저씨는 누군데 주말에 우리집에서 자고 있냐고 묻는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로요. 아내와 이야기를 하며 아이와 놀아주는건 삶의 목적에 가깝습니다.

치열함 자체가 의미있는건 아닙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열심히 살았다는거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어주지 않아요.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하나 하나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았으면 좋겠어요.

특히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더 그렇지 않습니까? 내 명줄을 잡고 있는게 내 상사가 아니라, 이번 진급이나, 이 프로젝트의 성패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게 보다 더 믿어질 때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거 같습니다. 괜찮다. 하늘의 나는 새를 먹이시는 분이, 들의 백합화를 솔로몬의 모든 영화보다 더 아름답게 입히시는 분이 계신다고 믿을 때에요. 당신께서 나를 책임지신다고요. 그래서 세상이 모르는 평안을 누리며 살 수 있다고 믿어요.

> 왜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버는지
이후에 세워질 가정에 대한 책임이고, 다음 일을 맡기실 때까지 이곳에서 필요한 것을 배우며 자라갈 수 있도록이요.

> 왜 수도권 학사회에 나오는지
세상에 던져지는 학사들에게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서로 격려하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요. 아직 이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어서 머물러 있습니다.

> 왜 하우스로 사는지
공동체로 사는 것을 꿈꾼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요. 공동체는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준비해보자고요. 결혼 전에 타인과 함께 사는 훈련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지금 내게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 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왜 교회를 다니는지
함께 예배하기 위해서입니다.

> 나는 왜 오늘을 살아가는지
오늘도 민감하게 주님을 바라보고 하루치만큼 깊어져갈 수 있도록이요. 오늘치 쌓아가야할 분량을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은 필요없지만 해야할 일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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