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광야에 서면, 어려움과 고통이 찾아오면, 진짜 내가 누구인지 드러난다." 고 생각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좋을 때는 누구라도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거지요. "곳간에서 인심난다." 란 속담이 있는 것처럼 여유가 있으면 주위를 돌아보고 돕기 쉽잖아요. 제가 하우스에 공동체에 이리저리 투자하고 있는 것도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건 아닌가 돌아봅니다.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어요. 어느 순간부터 이만하면 나도 꽤 괜찮은 사람 아닌가라며 스스로 높이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졸업할 때가 되어 다음 진로를 위해 입사지원을 했었죠. 그런데 서류조차 통과 안되면서 시간이 흐르더니 어느새 졸업식을 앞두고 할 일이 없어진 거예요. 그때 제가 사회에 나갈 때를 대비해 갖고있던건 환산해서 3.0이 간신히 넘는 학점과, 영어 점수 하나, 그리고 전공에 대한 미약한 확신이었죠. "이걸로 내가 먹고 살 수도 있겠구나." 정도 말이예요.
방학 아닌 방학을 맞아서, "내가 사회에서 쓸모 있는 존재있가?" 라는 자괴감 속에서, 저는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때가 되어서야, "아, 내가 안정적인 사람은 아니구나." 라고 인정하게 되었어요. 정해진대로,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던 학창생활을 보낼 때는 몰랐던거죠.

그리고 한동안 백수 생활을 보내며 여러 일을 겪고 조금은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구나 싶었어요. 어느덧 취업을 하고, 첫 회사에 들어갔어요. 회사에서 기술적인 훈련의 과정을 이수하고 나도 이 일을 잘 할 수 있구나 라는 자신감을 얻었죠. 다만, 이 회사는 무리한 투자로 재무적으로 어려워져서 첫 월급부터 밀리기 시작하더니 일년이 지나니까 반년치 월급이 밀리게 되었어요. 그정도 되니까 차비가 없어서 회사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더라고요. 회사에서 먹고, 자고, 씻고, ... 이 와중에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니 두 가지 마음이 제게 있더라고요.
먼저는 혹시나 이 회사가 다시 살아나면 내게 돌아올 혜택에 대한 기대가 있었어요. 경영진에서는 계속 그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줬었거든요. 사람들을 잡아두기 위한 헛된 희망을 주입시키고 있던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굉장히 의외였는데요. 제게 다시 백수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더라고요. 월급을 주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속해 있음으로 부터 오는 소속감 즉, 안정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 제게 있더라고요.
회사를 옮기든 안 옮기든 크게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결정했던 10년 동안 많이 배우고 싶다, 그래서 배울 것을 다 배우면 미련없이 떠나야겠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기술과 전공에 대한 공부와 확신을 얻은 곳, 그리고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착하지는 않구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에게 대하는 게 참 나쁘더라고요.) 를 배운 곳으로 정리하고, 다른 회사에 지원도 하고, 퇴사하겠다고 밝혔죠. 나름 용기를 낸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회사를 다닙니다. 지금도 매년 조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우리 사업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느니 라는 루머가 돌고, 걱정도 되고 합니다만, 그 때보다 조금은 괜찮은거 같기도 하고 그래요.

환경과 상황이 어떻든 우리 마음은 늘 한결 같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보든 안보든 항상 같은 모습을 행해야 한다는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와 같은 맥락이지요. 환경과 상황과 관계없이 나란 존재는 변하지 않을 수 있고, 자람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진주는 진흙 속에 묻혀있어도 진주입니다. 어디에서든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때론 그 환경과 상황도 잘 따라주면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겠죠.

어려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드러났던 내 모습을 직시하면서 오늘도 저는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나님에게 뿌리박은 안정이, 그리고 세상이 모르는 평안이 제게 그리고 우리에게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