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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구하는과정도
#마음을모아가는과정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걸어서 15분정도를 한계로 잡고 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살 사람들과 화요일마다 홍대역 인근에서 모이고 있었거든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매일 아침 신촌역에 출근 버스가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거기까지 쉽게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요. 큰 부담없이 보증금을 분담할 수 있도록 월세집으로 하기로 하고요.

새삼 저는 좋은 집에 살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금액대에 맞는 집을 찾아보는데 역시 서울 집값은... 그때부터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기 시작하던 때라 월세로 볼 수 있는 집은 많았어요. 집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생활 습관, 특징들을 알게 되죠. 학교 주위이기도 하니 여럿이서 같이 살던 집도 많았고요. 지금도 기억나는 몇몇 집이 있어요. 거실에 담배 꽁초가 널려있던 집이 있었죠. 흡연실에 들어온 거 같은 기분이 들던. 베란다에 녹색 소주병이 가득하던 집도 있었어요. 매일 술판을 벌이나 싶을 정도로요. 집 전체가 특히 화장실이 술집 화장실 마냥 누렇게 찌들어 있던 집을 봤어요. 청소를 하긴 하는 건가 싶었죠. 이층 침대 여러 개로 꽉 차있는 집도 있었어요. 곳곳에 행거가 있어 집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거 같았죠. 우리 집은 이런 집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랬죠.

처음에 강조했던건 잠만 자는 집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였어요. 그것 만으로도 의미가 없는건 아니지만, 기왕 모였는데, 여기서 정말 같이 살아보자고요. 대화가 오가고 같이 무언가를 하며 이야기를 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여기서 살고 나가서 그때 함께 살기로 잘 선택했다고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요. 다 제 또래여서 우리가 결혼 전에 잘 준비되었으면 좋겠다고요.

살 집을 보러 다니는게 처음이라 최대한 많이 보려고 했어요. 처음에 꽤 괜찮은 집이 나오긴 했는데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급하게 결정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었죠. 이것도 마음을 모아가는 과정이라고요. 몇번 놓쳐보면 나중에 빠르게 결정할 수 있게 되는데, 집보러 다니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좀 더 위임해 줄 수 있는거죠. 놓쳐서 아까운게 아니라 과정이라고. 그리고 집보러 다니는게 재밌기도 했어요. 어떻게 사는지 집을 보면 많이 드러나니까요. 

#잘못고른집
#그와중에나타난다른집

그러다가 홍대역 코앞에(걸어서 1분) 조금 비싸지만 괜찮아보이는 집이 있어서 가계약을 했어요. 그전에 친구들에게 한번씩 물어봤는데, 한 친구가 연락이 안되는거예요. 나중에 계약 마치고 그 친구가 왔는데 그 집의 다른 층에 살아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집주인과 트러블이 많았다고요. 계약을 했으니 살기야 하겠지만 자기가 있었으면 이 계약은 반대했을거라고 하는데... 앞으로 고생이 눈에 보이는거 같았죠. 이제와서 취소하자니 가계약금이 작지는 않아서 섣불리 깨기가... 

그와중에 피터팬(전월세 직거래 카페)에 집이 하나 올라왔다길래 보러 다녀왔어요. 사진올라온 걸로는 큰 기대 안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괜찮더라고요. 다락방이나 베란다, 창고 같이 사진에는 없는 보너스 공간이 많았고, 새시도 교체해서 깨끗해 보였고요. 다만 방이 두 개인데 한 방이 다른 방의 세배쯤 되는 크기라 일반적인 하우스 쉐어 용도로는 별로 안 좋아보였는데(대등하게 공간 나눔이 안되니까요.) 우리 입장에서는 좋아보였어요. 우리 공동체 하우스에서는 공간을 개인 공간으로 쪼개버리기보다 다같이 쓰는 쪽을 추구하게 될꺼니까요. 

#좌충우돌배워가는과정

그다음은 일사천리였습니다. 이 집은 직거래로 구하게된거라 부동산 복비가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었어요. 전에 가계약한 집은 부동산 복비내는 셈치고 가계약금 포기하기로 다들 동의해주었고... (혹시 집주인이 좋아서 이럴 경우 가계약금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만약 그러면 오히려 그 집에 들어가서 살아도 된다. 아마 그런 전력(?)이 있다면 안돌려주실거라고 생각했죠. 예상대로 씁쓸하게... 돌려주시지 않았습니다.) 이제 두근거리지만 냉철한 이성을 부여잡고 (아니 그러려고 애쓰고) 계약을 마치니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요 :)

제가 책임지는 계약을 하려니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얼마나 찾아봤는지 몰라요. 보증금 2,500만원까지는 최우선 변제 대상인지 알게되어 걱정을 좀 덜었죠. 막상 계약을 하러갔더니 계약서 쓰러간 부동산에서 보증보험 1억원을 얘기하면서 높은 중계수수료를 부르셔서 고민하다가 보험은 없고 싼걸로 했습니다. 나중에 그 보증보험이라는게 부동산에서 중계를 잘못한걸 입증해야 받을 수 있어서 실제로는 거의 받은 사람이 없는 유명무실한 거라는걸 알고는 얼마나 분해했던지... 

이렇게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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