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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배우지 못했다. 우리의 수명은 늘었지만 시간 속에 생기를 불어넣지는 못하고 있다."
- 우리 시대의 역설, 밥 무어헤드

저자는 위의 글을 인용하며 생물학적인 "생존"과 가슴 뿌듯하게 차오르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생활비를 버는 법을 가르치기 이전에 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지 가르쳐야하는거 아니냐고 말하죠. 평균 수명이 늘어 자연스레 늘어난 노년의 시기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할 때라는거죠. 새로 주어진 시간이 단지 "생리적인 연명"에 불과할 것인지요.

저자는 개인적인 역사와 서사를 써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해요.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며, "삶의 흔적들을 건져올려 자아의 빛깔로 아로새길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고민을 담아내어 "한국인" 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 조망해 봅니다. 각 세대별로 지나온 시대, 특징, 고민, 과제들을 다룬 책입니다.

"한 세대의 현존은 다른 세대의 발자취이거나 가능성이다. 지금 이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일생을 경험하거나 상상할 수 있다면, 그만큼 존재의 부피는 커질 것이다."
- 생애의 발견, 2009, 김찬호, 9쪽

지난 나를 돌아보며, 내게 새겨지고 남아 있는 것들, 내가 걸어갈 길을 점검하기 위해서 바로 한걸음 앞에 대해 고민해보기 위해서 읽고 싶었습니다.

각각의 세대가 걸어온 길이라는 추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나" 라는 한 개인이 읽어낼 수 있는건 물런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원했던건 제가 통과해왔던 시기들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이 남았나. 그리고 가장 부대낄 수밖에 없던 부모님 세대를 통해 바라보는게 다지요.
그래서 지금 살아내고 있는 30대가 어떤 시기인지 더 깊이 다가왔던거 같고요.

"지금 한국인들이 통과하는 생애경로는 비슷한 행로의 반복이 아니다. 윗세대가 밟았던 길을 아랫세대가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 지금처럼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그 단절은 더욱 두드러진다. 부실한 사회와 경제에 글로벌 격변의 충격이 가중되는 한국에서, 생애는 더욱 예측 불가능한 블랙박스가 되어간다."
- 생애의 발견, 2009, 김찬호, 7쪽

한편으로는 위의 말처럼 세대 별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단절의 고리들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았던 산업화 이전의 시기와는 다르죠. 유럽에서 직업이 가족의 성이 되었던 것처럼이요.
각자가 경험해온 사회가 너무 다른걸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던 시대를 지나온 이들은 지금 청년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천번이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자기도 그랬다고 그래서 그걸 견뎌내고 나는 성공했노라고 너희도 그렇게 하라며 징징대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세대의 삶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읽히지 않기때문에 애써보려 하는겁니다.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레 내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게되고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예측되던 사회에서는 굳이 이럴 필요가 없죠. 그렇지만 한걸음 앞이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화된 이 시대에선 적극적으로 찾아 읽지 않으면 시대에 휩쓸립니다. 비틀린 시대의 메시지들에 잠식됩니다. 가만히 있으라, 소비가 미덕인 시대, 말 잘듣는 회사의 부속품이 되고 곧 버려지는 사회에요.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이기도 하지만요.)

그리하여 "시간 속에 생기를 불어넣는 삶" 에 조금 가까이 가보고 싶습니다. 각각의 시기들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충만하게 남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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