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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하우스

8. 우리 참 다르네

생각하고플때 2018. 1. 6. 23:35


* 사진은 집근처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도찰당한 사진이예요. 가끔은 혼자 있으면서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해야하죠. 공동체 하우스에서는 개인 공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공간을 찾아요. 요즘은 종종 24시간 카페에 가서 앉아 있곤 한답니다. 늦은 시간에나 시간을 낼 수 있어서요. ㅠㅠ


#‎우리앞으로많이부딪힐꺼야‬ 

‪#‎환경에대한책임감‬


한 친구가 먼저 입주하게 되었어요. 늦은 시간에 단체 카톡방에 잘 시간이 되


었는데 너무 춥다고 어떻게 해야하냐고 연락을 했더라고요. 1월 중순이었으니 한참 추울 때였거든요. 저는 아파트에서 살던 경험으로 1~2시간 보일러 틀어놨다가 끄고 자라고, 밤새 따뜻할 거라고 얘기했어요. 


다음 날 아침 그 친구는 새벽에 너무 추워서 깼다며 얼어죽을뻔 했다고 볼멘 소리를 내뱉었죠. 나중에 저도 들어가서 자보니까... 난방을 그렇게 하면 안되겠다라고요. 전 추위 잘 안타는 체질인데도요. 오래된 주택 2층은 단열이 잘 안돼서 아파트에서 하던 대로 난방을 하면 안되더라고요.


이게 시작이라는걸 알았어야 했어요. 우리 많이 부딪힐 거라고요. 그동안 부모님 덕에 참 고마운 환경에서 살고 있었구나. 그 환경이 나쁘면 부딪힐 일도 느는 것 같아요. 이렇게나 집이 추울 수 있구나. 추위를 이렇게 많이 탈 수 있구나. 나는 좀 덜한 편이구나고 알아가고요.


처음엔 제가 같이 살자고 모은 만큼, 그전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던 거 같아요. 친구들이 뭐가 고장났다느니, 뭐가 안되고 없다느니 하며 불만을 얘기하면 저는 꼭 제가 해결해 주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곤 했어요. 집안 환경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면 그냥 그렇다는 말인데도 제 책임이고 저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지고요.


‪#‎우리참다르네‬


친구들과 같이 잠을 자기 시작하니까 바로 알게된 것이 있어요. 저는 머리를 베개에 대면 보통 10분 안에 잘 수 있는 사람이예요. 몇몇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니까 밤새 못잤다며 퀭한 눈으로 저를 쳐다봐요. 몇일씩 못 잘 때도 있고요. 이렇게 잠자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저희 가족 중에는 없었으니까요. 같이 살지 않던 사람들에게 종종 얘기야 들었겠지만 이렇게 피부로 와닿은 건 처음이었던 거죠. 원할 때 잘 수 있는게 이렇게 고마운 일인지 미처 몰랐어요. (대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긴 합니다... ㅜㅜ)


우리 참 다르구나. 이렇게나 못 잘 수 있구나. 체력이 다르고 고질적인 신체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알러지를.. ㅜㅜ) 이런 신체적인 부분에서부터요. 휴일과 평소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다르고요. 같이 모여 사는 것에 기대가 다르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청소할 수 있구나. 사람마다 청소하는 주기와 방법이 참 제각각이더군요. 집안 일을 일부러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세탁물, 설거지거리가 쌓여있는 것을 못 볼 수 있구나. 이걸 몇일이고 안하고 버틸 수 있구나. 하수구에서 썩은 냄새가 올라와도요.


‪#‎도망갈데가없다‬

‪#‎내가괜히같이살아서친구관계를잃어버리고있나‬


모여 살면서 부딪힐 여지가 많아졌어요. 밖에서 만나면 내가 기분 좋을 때만 만날 수 있고, 힘들 땐 집에 쳐박혀 있으면 되었는데, 마음의 동굴 속에 들어가면 되었어요. 이젠 어렵고 힘들 때도 친구들 보는 걸 피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지쳐있거나 상해있을 때에도 일상생활은 해야해요. 다른 도망갈 데가 없더라고요. 그럴 땐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일에도 마음이 확 상하고요. 드러내고 싶지 않던 걸 드러낼 수밖에 없어요. 24시간 내내 가면을 쓰고 연기할 수 없으니까. 얘기하다가도 아차하면 본심이 튀어나와요.


같이 산 지 한 달 안에 한 사람당 적어도 한번씩은 싸워봤어요. 초기에 특히 부딪힘이 많았어요. 그렇게 부딪히다보니 자괴감이 올라오더라고요. 같이 안 살았더라면 그럭저럭 관계 유지할 친구들과 내가 괜히 같이 살면서 친구 관계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가라고요. 내가 왜 애써서 시간과 돈을 써가며 사람들 모아서 이러고 있나 라는 마음이 불쑥 불쑥 올라오곤 했어요.


‪#‎나는나를과대평가했다‬

‪#‎서로용납할수있는중간지대를찾아가야한다‬

‪#‎우리의답을찾아온이야기‬


그래요. 저는 저를 과대 평가하고 있던 겁니다. 이 정도는 아닐 줄 알았거든요. 저의 폭이 생각보다 넓지 않더라고요. 저는 바다 같이 마음이 넓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다른 이를 이해하는 폭이 넓은 사람. 깊어서 왠만한 일에는 쉽게 요동하지 않는 사람이요. 이제 좀 넓어졌나 싶었는데 여전히 저는 작더라고요. 작은 바람에도 풍랑이 이는 작은 연못일 뿐이었어요. 그리고 다른 크고 작은 연못들을 만난 거예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옆에 있는 친구들을 통해 알아가요. 친구들과 얼마나 다른 지 알아가요. 이해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우리가 이렇게나 차이가 있다는 걸 아는거죠. 타고난 성향, 신체적 차이, 부모님과 가정 환경 차이, 받은 교육의 차이, 스스로 고민해본 깊이 등이 다름을 만들어왔어요. 30여년 동안 각자 쌓아온 차이를 그리 쉽게 좁힐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좀 힘들게 부딪혀가면서 다름을 발견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겪어왔어요. 고쳐야할 것은 고치고 옳고 그름이 아닌 단순한 차이는 서로 용납할 수 있는 중간지대를 찾아가야 해요. 이 길에는 정해진 답이 없어요.


그렇게 우리의 답을 찾아온 이야기 들려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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