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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처음 집에 꾸민 거실이예요. 카페 같은 분위기로 아늑한 느낌을 주고자 꾸몄어요. 러그를 깔고, 커피도구들 챙겨다놓고요. 우린 여기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지난 번 글에서 다룬 새벽 3시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 나누던 곳이 바로 여기예요 :)


#공간과주변환경


이번에는 사는 공간과 주변 환경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우리는 공간과 환경에 영향받아요. 때로는 지배받기까지 해요. 여기에 쏟아온 생각들을 적어봐요.


#개인공간과공용공간

#홀로있을수있는곳이필요하다

#불필요한부딪힘이생긴다


처음 집에서는 개인 공간을 배려해주지 못했어요. 사람에 비해 공간이 작기도 했고 아직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개념이 없어서도 그랬죠. 처음 구한 집은 공간이 딱 세부분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손님이 오거나 여럿 있으면 거실 겸 부엌, 큰방까지 열려 있는 공간이었고, 작은방 정도가 그나마 분리되어 있는 공간이었어요.


종종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질 때면 근처 카페로 나가야 했어요. 친구들 중에는 퇴근 후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고요. 한참 싸우고 씩씩거릴 때에는 작은 방에 들어가서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어요.


언젠가 모임에서 결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어떤 분이 결혼해서 원룸에서 살 수 있는거 아니냐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반사적으로 아니라고 저는 최소가 투룸이라 생각한다고 답했어요. 어쩔 수 없다면 원룸에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피했으면 한다고요. 계속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불필요한 부딪힘이 생긴다고요. 가끔은 서로 얼굴 보지 않을 수 있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집은 구할 때 구획이 잘 나뉘어 있는 집으로 구했고,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은 확실히 나눠 놨어요. 방은 개인 공간이어서 손님을 들이지 않고요. 공용공간은 거실, 부엌 두군데고 각각 큰 탁자를 놨지요.


#카페트 #큰테이블

#좌식에서입식으로


처음 집에서는 거실에 좌식 탁자를 놓고 여기에서 친구들과 주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다들 큰방으로 들어와서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큰방이 좀 더 따뜻하고 거실보다 커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방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해 보이더라고요. 거실 공간을 살려보려고 러그를 사서 깔아놔 봤어요. 촉감이 좋아서인지 그 위에 있으면 따뜻해져서 인지 자연스레 거실에 모이더라고요.


지금 집에서는 6인용 탁자를 거실에 두고 입식으로 꾸며봤는데, 탁자가 넓어서 자기 할 일 있으면 거실에 나와서 해요. 입식이라 오래 앉아있어도 괜찮기도 하고요. 거실에 나와있는게 편하도록 꾸며온거죠. 방은 쉬는 공간이고 자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자기 짐이 있는 공간이고요.


#모두들모이는공간

#작은광장으로


공용공간에 탁자를 두고 앉아서 자기 할일 하다가 생각나서 고개를 들면 앞에 친구들이 앉아있어요. "저녁 뭐 먹을까?", "그거 있잖아?" 하면서 대화가 시작되요. 이야기가 오가요. 그날 그날의 대화를 나눠요. 우리 집의 작은 광장이 되어가는 거죠. 


#자기공간으로

#자기가결정권을가질수있어야


부모님 집에 살 때에는 제게 허락된 공간은 제 방까지였어요. 거실은 부모님 취향과 선택으로 꾸며지는 공간이었고 그곳이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안들었던 것 같아요. 집에 들어오면 방으로 들어가기 일쑤였죠.


지금 거실은 책장으로 가득해요. 한 친구에게 가지고 있던 피규어들을 진열할 수 있도록 거실 책장 일부를 비워주었을 때 기뻐하던 모습이 생각나요. 자기가 그릴 수 있는,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자기 공간으로 여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가구도 중고로 사서 채워보고 생각만했던 인테리어도 연습해보고요. 그렇게 조금씩 자기 물건으로 채워가는 거예요. 자기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보이지않는것들

#곰팡이 #우풍 #새집냄새


지난 번에 저렴한 집은 관리하기 힘든 집이라고 했죠. 당장은 좋아보여도 살아보면 어떤 문제가 있을지 몰라요.


처음 집에서는 오래된 주택 2층을 썼더니 수리가 된 집임에도 우풍이 심하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져서 겨울마다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추위 많이 타던 친구들에게 더 그랬죠. 지금 집은 반지하치고는 괜찮아서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당시 같이 살던 한 친구는 이 집에서 살다가 알러지가 심해져서 떠나보내야 했었어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만들어 가야죠. 곰팡이는 신경 안쓰다보면 어느샌가 피어있고 그래요. ㅠㅠ


#손님방

#자고가고 #대피하고


지금 집에는 약간 애매한 방이 하나 있어요. 반지하 안쪽 방이라 사람 살기는 별로일거 같아서 책상 두개를 들여놓고 공부방으로 꾸몄어요. 근처 카페로 나가서 책을 읽거나 거실에 있는 넓은 탁자에서 펼쳐놓고 공부하지 굳이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서 뭔가하게 되진 않더군요. 생각보다 통풍이 괜찮아서 사람 사는 방으로 써보기도 했고요. 식구가 줄면서 이 방을 어찌쓸까 고민하다가 공기질을 책임질 공기 청정기를 들여놓고 집안에 좋은 가구를 모으고 몇가지 더해서 손님방으로 꾸며봤어요. 좀 더 편하게 손님이 올 수 있고 자고 가고요. 몇일 머물러도 크게 부담이 없어졌어요. 집에 보일러가 터져서 잠깐 머물 곳이 필요하거나 불화가 있는 친구들이 몇일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어요.


#좀더좋은곳에서살게하고싶었다


하우스로 독립하기 직전에는 10년 동안 40평대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나중에 보니 당시 부모님이 가진 돈으로는 좀 무리였던거 같더라고요. IMF도 겪으셨는데...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그 전에는 낡고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 처럼 좁은 곳에서 주로 살았었는데 이 집을 선택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여쭈었죠. 아버지는 한번쯤은 너희들을 좋은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좀 무리하게 되었다고요. 그 마음이 집을 구하며 좀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저도 친구들과 그런 마음으로 집을 고르고 또 골랐나봐요. 공간 구성을 바꿔보고 생각하는 걸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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