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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글의 제목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따왔어요. 이 글의 주제는 여기와 통하죠!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열세명의사람들

#여러실패이야기


2013년 1월 12일에 첫 집에 입주한 이후 꼽아보니 저를 포함해서 13명이 이 하우스를 경험했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고 갔다는 건 개중에는 실패한 관계도 많다는 거지요. 모두에게 이곳이 좋은 기억은 아니었겠죠.


결혼 준비로 기쁘게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의견을 좁히지 못해 부딪히다가 나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생각과는 달리 같이 사는 것 자체를 못견디기도 하고요. 이상은 큰데 생활 습관이나 행동은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고요. 그동안 많은 실패 이야기만 쌓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한사람이들어오고나가고

#사람이온다는건어마어마한일이다

#하우스가출렁거린다


처음 하우스를 시작할 땐 한 6개월 정도 지지고 볶고하면 안정되지 않을까란 바램이 있었어요. 틀린 생각은 아니었지만 생각 못한 게 있었죠. 계속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걸요. 한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을 반복해 왔던 거죠.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가장 약한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건 한 사람으로도 충분히 하우스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생활 양식을 바꾸는 것까지도요. 청소 방법부터 우리에게 맞추라고 하기보다 너는 어떻니라고 물어보는 것이죠.


관계가 한번 깊어지고 나면 모이면 자연스레 이야기가 깊어지니... 이제는 필요없다 생각했던 하우스 모임을 새 친구를 위해 다시 시작하고요. 청소방법도 고민해요. 충분한 공간을 내어주기 위해 조정해왔어요.


#한사람에반년씩

#균형점을찾아가다


어느 정도 이 사람을 이해가능할 정도로 알기 전에는 긴장이 있어요. 알아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년 정도 흐르면 큰 흐름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성격이 형성되어온 과정, 요즘을 지배하고 있는 고민, 이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좋은 것, 배려해주어야 하는 당장은 고치기 힘든 단점 같은 걸 알게 된다는 거죠. 그러면 관계에 긴장이 줄어든달까요.


서로 알아가고 맞춰가는 건 새로 들어온 사람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예요. 모두가 해야하는 일이예요. 그래서 멤버가 바뀔 때마다 전체적으로 출렁거려요. 균형점을 찾을 때까지요.


#한사람 #그리고또한사람

#조언자가되고 #지지자가되고


그렇게 저는 13명의 사람들을 만났고 만나고 있어요. 혼자 살면 하지 않아도 될 이 복작복작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모두 다 결과가 좋지도 않아요. 많은 관계의 실패를 겪었지요. 이건 대체 무엇을 위함이었을까요?


이 실패가 저를 흔들어 왔어요. 여러 실패가 제게 얘기해요.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니?" 라며요. 같은 실수,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나서야 그 메시지가 비로소 내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어요. 부딪히는 과정에서도 애정을 잃지 않은 친구들의 조언들이, 제가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며 두드려주던 이야기들이 저를 다듬어 왔다고 믿어요.


몇몇이 남았어요. 저를 잘 알아요. 제가 할 선택과 행동을 미리 알아요. 제가 왜 그러는지 가끔은 저보다도 깊이 이해해요. 저를 이해하고 있기에 조언이 날카로워요. "너 기도 안하잖아.", "네 방식으로만 해줄려고 하잖아." 라는 말에 반박할 수가 없어요. 귀담아 들을 수밖에 없죠. 여전한 한남으로, 여전한 아재로 머물러있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이예요. 저는 평생 충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동체 하우스에서 산다는 건 여러 사람, 여러 실패 속에서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을 얻는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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