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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하우스

19. 실패할 수 있어요

생각하고플때 2018. 1. 7. 02:00


* 사진은 예전에 어린이 장난감 만들기 봉사활동하면서 남은 자투리천으로 만든 하트들이어요. 사진 가운데 있는 하트는 처음 만든 작품이예요. 아직 서툴러서 삐뚤삐뚤하죠. 솔직히 별로 예쁘진 않죠. 그치만 그 과정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인지 정감이 가고, 그 경험으로 다른 하트들을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었어요. 어떤 하트는 깊이까지 닿을듯 길쭉하고, 어떤 하트는 크고요! 또 어떤 하트는 외곽을 균일하게 만드는데 신경썼죠. 


실패해도 괜찮다고요. 이것이 다음 사랑의 밑거름이 된다고요. 내 안에 사랑을 조금씩 쌓아가고 꽃피우는 것. 이것이 살아가는 이유라 생각해요.


#잘되어간다싶으면

#갈등을해소하지못하고


잘되어간다 싶으면 위기더라요. 신비로워요. 5년 동안 13명이 오갔어요. 그얘긴 즉슨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공동체 하우스에서 나갔다는 말이죠. 결혼으로 나간 사람도 있고, 타국으로 떠난 친구도 있고요, 건강 때문에 나간 사람도 있지만요. 많은 부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떠나기를 선택한 친구들도 있어요.


어느 시점에는 저랑 친구 한명만 남았더랬죠. 이제 좀 같이 살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더니만, 각자 사정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제 그만 공동체 하우스를 닫을까를 고민했어요. 다시 처음부터 복작복작 알아가고 맞춰갈 기운이 없던거 같아요. 지치기도 했고,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


#늘다른상황속에서

#내문제가좀가라앉고나니


그러다 새로운 친구들을 소개받아서 다섯명이서 살게 되었어요. 사람이 바뀐 만큼 공동체는 다른 색깔을 띄고 있고요. 다른 상황, 다른 구도를 보입니다. 제가 하는 고민도 달라졌어요. 


처음 하우스를 시작할 때는 제 생각에는 제가 제일 문제였어요. 가족, 군대 외에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제가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던 어떤 기준들을 만나고, 부딪침 속에서 그 기준을 다시 정립하고 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배웠고요. 같이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다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고민

#내역할은뭘까

#건강한고민을지속하는곳


이 어려움들이 가라앉고 보니, 이제 문제는 저를 넘어서 '저만 괜찮으면 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한거예요. 저야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늘 새로운 문제가 생겨요. 이렇게 여럿이서 이렇게나 붙어 사는데 갈등이 없는게 이상하죠. 그 갈등이 몇개월 만에 가라앉는건 이상하죠. 


계속 질문을 던져요. 처음 하우스로 살면 반년정도 지지고 볶으며 살아내다보면 갈등이 가라앉고 다른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되리라 기대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생각해요. 계속 새로운 질문이 솟아나요. 사는 건 답이 있지 않아요. 하우스로 산다는 건요. 안정된 인프라를 기대하기보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뜨거워지는 관계의 용광로 속에서 단계별로 다른 건강한 고민을 지속하는 것이라고요.


#하고싶은것들

#안될수있다


저에게는 몇 가지 하고 싶은게 있어요. 서로 연대하는 공동체로 사는 것, 이렇게 글을 쓰며 생각이 정리되고 자라가는 것, 일생을 동행할 한 친구를 만나 깊은 사랑을 주고받는 것,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발견하고 키우며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 ... 


시작해보니 다를 수 있다 생각해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고요. 생각이 뿌리내리고 자리잡을 때까지 몇번 실패할 수 있어요. 이상하지 않아요. 내가 옮길 수 없는 단단한 바위를 만나서 이 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가끔은 내 잘못은 아닌데 상황이 풀리지 않아 안되기도 해요. (물론 충분히 무르익지 않고 실수투성이인 때문인 경우도 많지만요. ㅜㅜ)


이제 좀 알겠다 싶으면 엎어지고 실수를 반복해요. 아니 실수라기보단 그게 제 모습이죠. 익숙해졌다 달관했다 싶다가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다시 시작해요.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 왜이러나 싶죠. 


#포기하지마세요

#뿌리내리기까지


다시 한번,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실패 할 수 있어요. 공동체 하우스는 깨질 수 있고요. 열심히 써봐도 졸작만 양산하는 것 같고, 사회에서 나는 쓰일 데가 없는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그 생각에 사로잡혀 시도하거나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공동체 하우스는 이 정도까지라며 한계를 그어버리지 말고요.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고요. 새로운 사람들과 이전보다는 성숙해진 나와 이번에는 어떤 하모니를 그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서요. 다시 이곳에서 복작복작 사랑해보기를 선택해보자고요. 언젠가 단단히 뿌리내릴 때까지 용기를 내봐요.


무엇보다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예요. 다시 식구들이 나가는 시기에 저에게 필요한 이야기예요. 여전히 깨어졌던 기억 때문인지 다시 누군가와 사귀는 걸 두려워하는 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죠. 


#내실패를다른이에게투영하지말라고

#사랑하라_한번도상처받지않은것처럼


이전의 실패가 우리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실패를 다른 이에게 투영하지 말아요. 제가 겪었던 실패를 누군가에게 "내가 그거 해봤는데 안되던데?" 라는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이요. 예전의 상처를 지금 사람에게 투영하지 않도록이요. 어느 시집 제목 처럼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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