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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하우스

15. 관계를 포기하지 마세요

생각하고플때 2018. 1. 7. 01:12


* 사진은 보시다시피 새벽 3시를 가르키는 시계지요. 한동안 하우스에서 새벽 3시까지 이야기하다 자던 적이 있었어요. 두 식구의 차이 하나가 잘 풀리지 않아 계속 긴장 관계가 이어졌지요. 야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하기를 시작하는데 점점 깊어지고, 조금 자유롭게 불만이나, 이해 안되는 걸 서로 묻고 이해하려 하던 시간이요. (듣다보면 하나같이 중요한 이야기들이라 먼저 자리를 뜰 수가 없더라고요. 다음날 출근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었죠 ㅜㅜ)

끝까지 풀어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던 새벽 3시로 기억하고 있어요.


#끈덕지게묻던식구


같이 살다보니 친구들에게는 있고, 저에게는 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요. 그 중 하나가 이해가 안되면 끝까지 끈덕지게 묻는 거였어요. 계속 그 주제를 대화에 올리는 친구가 있더라고요. 이해가 될 때까지요. 저에게는 꽤 생소했어요. 저는 의견이 다르면 왜 그런지 묻고 생각을 들으려고 하기보다 그냥 넘겨버리는 쪽을 선택해왔거든요. 그러다보면 그 당시에는 편해도 나중에는 같은 주제로 얘기하기가 꺼려지더라고요. 조금씩 나눌 수 있는 주제들이 줄어들면 할말이 줄어들고, 의견 대립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엔 불편해지더라고요.


#포기하는순간_거기까지의관계가된다

#이야기하기를_포기하지않는다는건


관계는 저절로 깊어지지 않아요. 씨름을 통해 깊어져요. 이 씨름을, 이야기하기를 포기하는 순간 거기까지의 관계가 돼요. 끈덕지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고쳐나갔을 때, 그래서 이해가 깊어지고, 걸림이 줄어갈 때 관계도 함께 깊어져가는 것 같아요.


#관계는상호작용이다

#한쪽에서포기하거나_다른쪽에서다가올맘이없으면


많은 가정에서 아내는 잘 변하지 않는 남편과 대화하기를 포기하고요. 그리고 아내는 남편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고 들었어요. 관계의 성장이 멈춘 부부를 상상하면 슬퍼요. 관계는 상호작용이어서 한 명이 두드리고 받아준다고 자라지 않아요. 서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누구 한 사람의 희생 만으로는 자라지 못해요.


#사람은잘변하지않는다

#몸이생각을따라오지못한다

#태도가있다면_기다려주세요


물론 사람은 잘 변하지 않아서요. 실제 변화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요.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따라주지 못하기도 해요. 알기는 아는데 무심코 예전 습관대로 하는 거죠. 잘 고칠 수 없는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도 많아요. 인정하고 고쳐가려는 태도가 보인다면, 그리고 매번 미안해하며 스스로의 습관과 싸워가는 모습을 보인다면요. 기다려주세요. 그 기다림, 인내는 사랑의 열매 중 하나입니다.


#천국의사냥개 #존스토트 

#인내는사랑의열매다 #사랑의한모습이다


존 스토트는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 (IVP, 2004) 에서 자신이 하나님을 믿게된 것은 궁극적으로 부모나 스승, 자신의 결단 때문이 아니며, 내가 도망갈 때조차도 끈질기게 저를 쫓아오신 그분 때문이라고 말해요. 그분을 끈덕지게 나를 포기하지 않고 쫓아오시는 천국의 사냥개로 비유해요. 내가 변화될 때까지 오래 참으시고 인내하시며 끝까지 나를 쫓아오신다고요. 


유다에게 자기를 팔아먹기 바로 직전까지 그의 행동을 언급하시며 나는 다 알고 있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돌아와달라고 마치 애걸하시는 걸로 들려요. 쿨하게 너 한 사람쯤 버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리하실 수 없던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의 모습처럼요.


#그럼언제까지기다려야하는가

#그상처가치유되려면_두배는족히걸리지않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김영봉, IVP, 2011) 라는 책를 보면 미국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아이를 두고 이민을 온 부부의 이야기가 나와요. 10년 뒤 미국으로 그 아이를 데리고 왔더니 청소년기에 방황을 하더랍니다. 다그치고 혼내고 싸워봐도 똑같아요. 나중에 부모는 그 아이가 10년 동안 부모 없이 살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미국 땅에 와서 적응하다가 생긴 상처가 그렇게 만들었음을 깨달아요. 이후로 아버지는 자신이 아이에게 준 상처가 다 치유될 때까지 아이가 쏟아내는 쓴물을 마시겠다고 말해요. 이렇게 고백합니다. 


"제가 그 아이에게 10년 동안 상처를 주었는데, 그 상처가 치유되려면 그 두 배는 족히 걸리지 않겠어요?"


#사람안에쌓인것은_언젠가드러난다


여러 소그룹을 진행해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행동하는 걸 보면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겉보기에 꽤 괜찮은 친구인데, 평소에는 좋은 친구인데요. 가끔 성향상 불안정하거나 이유모를 불안,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있고요. 그 아이의 성향과 상황을 비추어볼 때 이해가 안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오래 곁에 있다보면, 내게 마음을 열다보면 조금씩 이야기해줘요. 조심스럽게 이전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말해줘요. 어떤 상처가 나를 이리 만들어왔는지를요. 어찌어찌 잊은듯 살아오고는 있는데 마음이 어딘가 고장나 있어서 마음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그렇다고요. 괜찮다가도 그 상처가 올라올 때가 있더라고요.


사람이 그동안 받은 상처, 학대, 분노, 차별, 미움 등은 결국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는 것 같아요. 우리 안에서 그냥 없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회복되려면 그 시간만큼, 그 두배 만치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 생각해요.


#친구를위해자기목숨을버리면_그보다더큰사랑이없다

#그래서하우스에서보기는어렵지않나


다만 그렇게 오래 기다려주고, 사랑으로 품어주는 건 공동체 하우스에서는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집을, 공동체를 떠난다 라는 쉬운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요. 친구는 아니다 싶으면 안 만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예수께서는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말씀하셨나봐요. 


예전에는 이 말씀에서 자기 목숨을 버린다는 것을 단번에 죽는 것만으로 이해했어요. 이후에 매일 매일 친구를 위해 죽어줄 수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그의 상처를 알고, 그를 알아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떠나지 않는 것이요. 언젠가 괜찮아지리라 신뢰하며 쓴물을 받아주는 것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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