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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창2:24)

결혼을 이야기할때 많이 인용되는 성경구절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하는데요. 부모를 떠난다는 거와 합하여 둘이 한몸을 이룬다는 거죠.

먼저는 부모로부터 독립해가는 과정인거 같아요. 한국사회에서 결혼은 당사자만의 일은 아니었죠. 아니 오히려 요즘처럼 부부에게 좀 더 많은 결정권이 있던 시기가 있을까 싶습니다. 연애조차 못하고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했어야할 정도로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었죠.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는 속성이 결혼식에 짙게 남아있습니다. 부모와 일가 친척들의 행사이기도하고, 부모는 또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거두어들이는 자리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서구사회처럼 결혼하면서 아무런 재정적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는 사회와는 또 다르니까 자유로울 수 없죠.
결혼식은 결국 남들처럼 준비하고 남들처럼 하는게 제일 쉽다고 생각해요. 두 집안의 부딪힘 속에서 남들처럼 해야한다는 정체모를 기준으로 인생에서 한번뿐이라는 이유로 하늘높은줄 모르고 높아만가는 눈높이까지요. 남들이라는 기준에 따라가지 않으면 많은 것과 싸워야할 각오를 해야죠.

그렇게 준비하며 안싸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지금껏 들어오고 본 걸로 기준이 각기 다른데,,, 자기 부모님과 상대방, 그리고 상대방 부모님과 중재하는 법을 배워가고요. (각자 자기 부모님은 자기가 챙기고 중재해줘야하는거 같아요. 부모님과 상대방이랑 아직 관계가 제대로 쌓이지 않았는데 부딪혔다가 자칫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큰 일을 준비하면서 당연히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서로의 기준도 다른데 둘 사이의 어긋남도 많을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처음 하는걸 잘하기를 기대할 순 없는거죠. 잘못하는건 그럴 수 있고, 괜찮아요. 다만, 이 어긋남이 앞으로도 쭉 이어진다면 다른 문제죠. 잘못한건 잘못한거로 인정하고 변해가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 지금까지 알던 것, 경험했던 것만 주장하지말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조금씩 한몸이 되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렇게 서로 하나 되어가는 과정을 밟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가 바라는 결혼이란...

1.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가 알던 것만 주장하기보다 이해하고 기다려주었으면 좋겠어요. 준비하며 결혼에 대해 마음을 모아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의사결정을 조율해가며 처음으로 맞이하는 큰 일을 잘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출산, 육아, 교육, 등등 앞으로 같이 할일 참 많은데...

2. 부모님에게도 좋았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바라시는 부분도 있고, 입장이 있는데 존중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그에 따른 가치관도 많이 다르신 분들이 많은데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실적으로는 부모님이 바라는 일반적(?)인 결혼식을 하고, 친구들을 초대해서 2단계로 나눠하는 방법이 있겠죠.

3. 허례허식을 안했으면 좋겠다.
상대방과 부모님이 같은 뜻이라면 해볼 수 있겠는건, 허례허식 안하기죠. (저희 부모님께도 설득이 어려운 문제긴 한데요.) 인생에서 한번 뿐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쏟아부을 것인가?
결혼 산업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비대해진 이 세태에 우리도 따라가야 하는지. 예식장에서 1시간마다 생산되는거 같은 결혼식을 보면서요.
결혼 앨범... 디지털화되는 시대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런지. 천편일률적이라 쳐다보지 않는 꽃장식, 화려한 예식장에 집안의 격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들어가는 비용이 아깝다.
인생에서 외모로 가장 아름다울 때는 그때일지 몰라도, 가장 아름다울 때는 노년에 현명함과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드러날 때이기를 소망한다.
물론 집안 사정상 타협해야할 때가 있지만요. :)

4. 하객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청첩장이라는 고지서를 받고 빚갚으러온 기분으로 와서 식사 한끼 먹고 가게 하고 싶지는 않은거 같다. 교통 편하고 식사가 맛있는 곳에서 대접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랑 신부의 스토리를 모르는 이를 위한 지켜봐온 친구 부모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랑 신부도 어떤 고민을 할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객들이 증인이 되어 결혼 서약을 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

5. 축제와 같은 기쁜 날이었으면 좋겠다.
부부를 축복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부모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때론 보내는 마음에 눈물지으시고요, 경건하게 하지만 또 기쁘게 식이 진행되며 여러 이야기를 통해 하객들이 이 부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어가고, 함께 부를 수 있는 축가 속에서 축제와 같은 기쁜 날로 하루를 채울 수 있을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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