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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델 베리가 '통섭'의 주장에 반하여 쓴 책 '삶은 기적이다.' 에서 중심 주제를 이루고 있는 문장입니다.

  '리어왕'에서 가져온 문장인데요. 이 비극은 리어왕 집안과, 리어왕의 충신인 글로스터 백작 집안의 배신과 회복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글로스터 백작이 아끼던 둘째 아들에게 배신을 당해 두 눈이 먼 상태에서 쫓겨납니다. 그리고 그가 예전에 쫓아냈던 큰 아들 에드거가 자신을 숨기고 그의 길을 인도하면서 나오는 대목입니다.

  글로스터 백작은 절망 속에서 에드거에게 절벽으로 인도하도록 부탁합니다. 에드거는 평지로 인도하고 바로 앞이 절벽이라 이야기합니다. 백작이 이를 모르고 뛰어내리려고 하고, 잠시 기절했다가 일어납니다. 에드거가 절벽 아래를 지나는 다른 사람으로 다시 자신을 소개하며, 백작에게 자신이 하는 말을 따라해 보라며 말하는 문장입니다.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자, 말을 해보세요."

  서두가 길었는데요, 삶이라는 것, 생명이 과연 기계적으로 계산되고 다른 것과 비교될 수 있을만한 것인가요?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프로젝트를 계산할 때 MM 라는 단위를 씁니다. 이 단위는 1명의 사람(Man)이 1달 동안(Month) 일할 분량이란 단위죠. 그런 식으로 인적자원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만...

  저희만 특별히 그렇게 대하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을 자원화 하고, 경제 논리로 재단해버립니다. 그 논리에 따라 일하지 못하는 사람을 먹을 자격이 없다, 복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합니다. 안전 예산을 줄이고, 이로 인한 희생에 경제적 잣대를 들이댑니다.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사망보험금을 기사로 내보내는 천박함을 보입니다.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 적은 비용이라는 이유로 공동생활 구역을 만들어 사회와 유리시켜 버립니다.

  한 사람은 경제 구조상의 한 단위가 아닙니다. 거대한 기계 속의 작은 기어 하나가 아닙니다. 그대의 삶은 그 자체로써 의미가 있으며, 이 이어지는 순례의 길을 이어나감으로써,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지라도 그 삶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대의 삶은 그 자체로써 가치 있어요. 어느 무엇과도 비교될만한 것이 아닙니다.

  자, 말을 해보세요. 당신이 살아 있는 것은 기적입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며 저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기적입니다. 모든 순간들이 기적 이고요, 당신은 그 자체로 기적입니다. 그건 어떤 것과도 비교되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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