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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하우스

13. 내 갈등의 오답 노트

생각하고플때 2018. 1. 7. 00:48


#싸움을회피하던나


저는 싸움을 극도로 회피하는 편이라 하우스로 살기 이전에는 일년에 한번 싸울까말까 했어요. 가족과의 싸움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고, 종종 만나는 사람과의 싸움은 틀어지면 안 만나면 되니까요. 같이 살게되니 피할 데도 없고, 감정적인 임계치가 넘을 때가 종종 있어서 싸움이 잦아졌어요. 그 과정에서 배워온 것들을 적어요.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겠다 싶어 적는 것이기도 해요. 일종의 오답 노트로요.


* 각 갈등의 상대방에게는 미리 보여주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


‪#‎내잘못1_내주장만내세우다‬


같이 산 후에 처음으로 싸웠을 때가 생각나요. 같이 청소하다가 청소 방법에 대한 이견이 있어서 말다툼을 하며 시작했었죠. 제가 먼저 화를 냈던 것으로 기억해요.


‪#‎나도똑같다‬ ‪#‎싸움도잘하려면배워야죠‬

‪#‎중재자가있으면보다안전하다‬


싸우고 나서 옆에서 내내 지켜봤던 다른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이만하면 괜찮게 싸운거 아니냐는 은근한 기대를 담아서요. 그런데!! "둘 다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주장만 반복하면서 서로 들을 생각은 안하고 목소리를 높여가더라고요. 싸움도 해봐야 늘지... 저는 어떻게 싸우는지부터 배워야겠더라고요.


같이 사는 사람들이 신뢰하는 이들 이어서 제가 싸움 도중에 어땠는지 얘기해주고 잘못한 것들을 지적해 주는데 아니라고 무시해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관찰자, 중재자가 있으면 싸울 때 보다 안전해지는 것 같아요. 너무 어긋난다 싶으면 개입해주겠지 하고요. 관전평(?)도 얘기해주니 돌아보기 좋고요.


‪#‎확전시키지마라‬ 

‪#‎논점이탈을조심해라‬


싸우기 시작한 이유는 서로 청소 방법이 달라서 인데요. 화가 나니까 평소에 맘에 담아두던 다른 것들도 다 풀어내서 상대에게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화가 나있으니 설명도 잘 안되고 기분만 상했어요. 화가 나서 싸울 때는 지금 문제 되는 것 한 가지만 얘기해야겠더라고요. 주제를 굳이 확대하지 말아야죠. 하나하나 설명하고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잖아요. 당면한 이거 하나 얘기하기도 벅찬데...


‪#‎평소에얘기해라‬ ‪#‎아이메시지로말하자‬

‪#‎평생참을수없는거라면_언젠가터진다‬

‪#‎감정이누적되어터지기전에얘기하자‬


계속 참아줄 수 없겠다 싶거나, 끊임없이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를 해야겠더라고요. 한 번 터졌을 때 이것저것 다 끌어와서 감정 배설하지 말고요. 감정이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까지 누적되기 전에 이럴 때 왜 마음이 상하는지 전달해 놓자고요. 내가 어떤지를요. 그렇게 평소에 서로 의견을 전달하고 맞춰가야 하는 것 같아요.


‪#‎내잘못2_비꼬아말하기

‪#‎짜증이나면짜증으로대응했다‬

‪#‎상대의분노를키우는것외에는아무쓸모가없다‬


제가 싸움을 적게 하기는 했지만요. 직접적으로 싸우지는 않지만 비꼬아 말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싸우기는 싫은데, 저도 감정을 풀기는 해야해서 이렇게라도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던 것 같아요. 이를 테면, 평소에는 흔쾌히 해주던 것을 마음 상하면 안해준다거나, 무언가 그 사람도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하든가요.


가정에서 발언권이 별로 없던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가봐요. 직접적으로 표현을 못하니 어떻게든 돌려서 말하는 습관이 생겼던 거죠. 저는 이 습관이 싸우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나봐요. 감정을 폭발시키지는 않는다고요.


이걸 몸으로 경험한 친구들은 저와 다른 시각을 말해주더라고요. 싸움이 나면 이게 문제구나 싶어서 앞으로 풀어가면 되는데 이건 제가 무엇때문에 기분이 나쁜 건지 전달조차 제대로 안하는 거라고요. 비꼬고, 빈정대는 건 상대방의 화를 키우는 것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요. 왜 화났는지, 무엇에 마음이 상했는지 돌려말하지 말고 직접 얘기해 달라고요.


‪#‎내잘못3_회사일에지쳐서‬

‪#‎마음이지치면버티는힘이약해진다‬


저는 마음이 지치면 청소하는 습관이 있어요. 나름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데요. 평소에는 더럽혀져 있는 걸 넘기다가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참기 힘들어 지는 것 같아요.


한동안 야근을 이어가다가 오랜만에 새벽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는데 거실 바닥이 너무 더러운 거예요. (지금 집은 바닥 데코타일 시공에 문제가 있어서 종종 본드 같은게 올라오거든요.) 확 짜증이 끓어올라서 데코타일을 하나씩 벗겨내서 닦아내고 있었죠. 상태가 안 좋을 때 보이는 성향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면서 한 친구가 나오는 거예요. 새벽이라 다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청소하면서 건성으로 얘기하다보니, 뭔가 서로 짜증을 주고 받고 있는 거예요. '이러다 좀 있으면 싸우겠구나.' 싶은데, 한편으로 '이 친구가 왜 이러지?' 싶은 거예요. 평소에 이런 친구가 아닌데...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너도많이힘드냐‬ 

‪#‎내가바닥일때에도_너를볼수있기를‬


그럴 때 있죠. 무심코 생각이 말로 나오는 거요. "너도 많이 힘드냐?" 라는 말이 튀어나왔어요. 잠시 그 친구가 대답이 없더라고요. 곧 요즘 왜 힘든 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서로 힘든 이야기 나누면서 둘 사이에 있던 긴장감이 녹아내리더라고요. 전혀 싸울 일이 아니었는데 싸울 뻔 했어요. 제 감정이 바닥일 때에도 상대는 어떤지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도 "괜찮니?", "요즘 힘들어?" 라고 물을 수 있을까요?


‪#‎내잘못4_공개적인잘못지적‬

‪#‎저에게편한방법‬ ‪#‎듣는사람을배려한다면‬


같이 살다보면 누군가 한 명이 불이나 보일러 안끄고 가는 일이 있죠. 설거지를 안해놓고 가서 싱크대에 쌓여있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다같이 있을 때나 하우스 채팅방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고 다들 조심하자." 라고 전달하곤 했어요.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말하면 잔소리 같아서, 일어났을 때 전체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어요. 저에게 편한 방법이었던 것 같어요.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 한 친구가 선생님이 애들에게 하는 방법이라고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당사자와 따로 얘기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겠냐고요. 조언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이 방식 참 편한데 왜 그런지.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아무래도 좀 세심하지 않은 친구의 사례를 많이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자잘한 잘못들이긴 했는데요. 구체적 사례를 드니까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아도 누군지 다들 알고 있고요.


이런 방법은 사람들 앞에서 잘못을 지적하는 꼴이 되어서요. 불필요하게 부끄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되더라고요. 이후로 기쁜 일은 공개적으로 알리되, 잘못한 얘기는 따로 하려고 해왔어요. 일단은 단둘이 얘기하고, 계속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같이 얘기하게 되는 것으로요.


‪#‎예수님말씀_잘못을지적하는방법‬


15 만일 네 형제가 네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 둘이 있을 때에 잘못을 지적하여라. 만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 형제를 얻은 것이다.

16 그러나 만일 네 말을 듣지 않으면, 한두 사람을 데리고 다시 가거라. 그래서 네가 하는 모든 말에 두세 사람의 증인을 대라.

17 만일 그들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교회에 말하여라. 만일 교회의 말도 듣지 않으려고 하면, 이방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마18:15-17, 쉬운성경)


예수님 말씀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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